(1) 뤼미에르의 연출방식과 멜리에스의 연출방식
오랫동안 영화 이론가들은 뤼미에르가 대부분 ‘사실적’ 사건을, 멜리에스가 연출된 사건을 촬영했다는 사실을 고려해서 이들의 영화들이 다큐멘터리와 픽션 영화 제작의 차이가 시작되는 시기의 상황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그 당시 담론이 아니었다. 1907년 이전 시기의 많은 영화들은 오늘날 ‘다큐멘터리적’ 자료라 말할 수 있는 것, 즉 영화 제작자와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사건과 사물과 ‘픽션적인’ 자료, 즉 카메라를 위해 특별히 꾸며 낸 사건과 사물을 섞었다. 이 시기에 보기 드문 복수 숏 영화의 하나인 ‘오번 교도소 전경 속의 촐고슈 처형 The Excution of Czolgosz with Panoram of Auburn Prison’(에디슨, 1901)을 예로 들어 보자. 영화는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암살범의 처형을 다룬 4개의 독립적인 개별 숏들의 편집물이다. 처음 2개의 숏은 교도소 외부 전경이고 세 번째는 배우가 교도소 독방의 사형수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네 번째는 전기 처형의 재연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을 고려한다면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과장된 차이점의 관점보다는 소재의 유사성의 차원에서 초창기 장르들을 검토하는 것이 유용하다.
(2) 뤼미에르의 영향과 색다른 연출
20세기의 문턱에서 제작된 많은 영화들은 여행과 교통에 대한 당시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뤼미에르에 의해 확립된 기차 영화는 사실상 독립적인 장르를 형성했다. 각 스튜디오는 다양한 기차 영화를 내놓았다. 그들은 때때로 고정시킨 카메라로 움직이는 기차를 촬영하거나 혹은 기차의 내부나 앞쪽에 배치하여 이동 숏traveling shot을 얻었는데, 후자의 경우에 공간을 가로지르는 움직임의 환영이 보이기 때문에 초창기의 관객들을 오싹하게 했다. 기차 영화 장르는 여행 영화 travelogue와 연관되었다. 여행 영화는 이국적이거나 친숙한 풍경을 특징적으로 보여 주었는데, 이 시기에 매우 인기 있었던 그림엽서와 입체화를 동영상의 형식으로 모방한 것이다. 퍼레이드, 만국 박람회, 장례식 등과 같은 공개 행사들도 초창기의 카메라맨들에게 풍부한 소재가 되었다. 여행 영화와 공개 행사 영화들은 모두 자족적인 개별적 숏들로 구성되었지만 제작사들은 판매용으로 이 영화들을 그 상영 순서에 대한 제안과 함께 혼합하여 제공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상영업자는 같은 사건에 관한 별도의 몇몇 숏들을 상영하여 관객에게 그 사건에 관한 좀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이미지들을 보여줄 수 있었다. 초창기 영화 제작자들은 또한 보드빌 공연이나 권투 시합 등과 같은 대중적 오락물을 본떴는데, 이것들은 카메라 앞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재연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1894년 최초의 키네토스코프 영화들은 버펄로 빌의 와일드 웨스트 쇼에서 비롯된 장면들은 물론, 몸을 마음대로 구부리는 곡예사, 묘기를 펼치는 동물과 댄서를 포함한 보드빌 연기자들을 보여 주었다. 숏들은 독립된 단위로 기능했고 그러한 것들로 팔렸지만, 상영업자들은 한밤의 오락거리를 만들기 위해 이들 숏들을 선택적으로 조합할 수 있었다. 1897년이 되면 인기 있는 권투 경기 영화는 1시간까지 길어질 수 있었다. 이와 똑같은 상황이 초창기 장르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던 다른 종류인 예수 수난극 Passion play에도 적용되었으며 예수의 일생을 다룬 예수 수난극은 종종 연극 극단들의 공연을 영화적으로 기록한 것이었다. 연극 주요 장면들의 편집물 상영 시간은 1시간이 충분히 넘을 수 있었다. 세 번째 분야의 영화들은 대다수가 종종 유머러스한 속성을 가진 단일 숏의 짧은 스토리였다. 그 영화들 중 어떤 것은 뤼미에르의 ‘물에 젖는 물 뿌리는 사람’을 닮은 개그 영화였는데, 예를 들어 애인과 말을 타고 달아나려는 청년이 그녀의 아버지와 레슬링 시합을 벌이게 되는 ‘마상 도주 Elopement by Horseback’(에디슨, 1891)의 경우처럼 카메라 앞에서 코믹한 행위가 벌어진다.
다른 종류의 영화로는 정지 동작 촬영, 이중 인화, 필름 거꾸로 돌리기 등의 트릭 효과를 통한 유머들에 의존한 영화들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들은 멜리에스 영화들이지만 이런 형태는 또한 에디슨 영화사의 에드윈 포터나 브라이튼파의 영화 제작자들이 만든 다른 초창기 영화들 가운데서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영화들은 점차 복잡해졌으며 때때로 1개 숏 이상의 장면을 포함하기도 했다. 윌리엄슨의 영화인 ‘한입에The Big Swallow’(1901)에서 첫 번째 숏은 행인을 촬영하려는 순간의 사진사를 보여 준다. 두 번째 숏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사진사의 시점을 본뜬 것으로 행인이 카메라에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점점 커지는 행인의 머리를 보여준다. 그 남자의 입이 벌어진 후 장면은 암흑 속에 빠진 사진사와 카메라의 숏으로 편집된다. 영화는 무엇인가를 만족스럽게 우적우적 먹으면서 멀리 걸어가는 행인의 숏으로 끝난다.